주변 친구들이 자꾸만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통에 자기도 너무나 해외에 가보고 싶어하는 초딩 딸을 위해 3년 전 2월에 호주 패키지를 예약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호주 산불이 수개월째 꺼지지 않아 일정에 변경이 있었고 급기야 코로나가 번지면서 예약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이렇게까지 코로나가 길어질 줄 예상하지 못한 채 3년의 시간이 흘렀지요. 이제는 갈 수 있을 것 같아 패키지 상품을 찾던 중 인터파크 티웨이항공 패키지 상품을 발견했습니다. 티웨이가 호주에 처음 취항하며 마침 저렴하게 내놓은 상품이 있더라고요. 11월에 예약해 놓고 2월에 가려니 기다림의 시간이 길고, 혹시라도 코로나에 걸려서 못 가게 될까 조마조마했지만 다행이 여행일에는 건강상의 아무 문제 없이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출발

티웨이항공이라는 저가 항공기로 해외에 나가보는 건 처음이라 낯선 점이 많았습니다. 일단 공항에서는 15분이 걸려 전철(?)을 타고 이동해서 비행기를 탈 수 있고, 기내식은 10시간 비행에 한 번만 무료로 제공이 됩니다. 출발 며칠 전에 추가 기내식을 주문하라는 안내문자가 왔지만, 출발 시간이 밤 9시가 넘은 시간이라 당연히 다음날 아침 조식을 주겠거니 하고 따로 주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저희는 보딩 전에 저녁을 사먹고 비행기에 탔는데, 웬걸 밤 11시가 넘은 시각에 밥을 주더라고요. 기본으로 제공되는 기내식은 그것뿐이라고. 안 먹을 수가 없어서 일단 먹었습니다. ㅠㅠ 문제는 다음날 아침인데, 내리자마자 여행 일정을 소화해야 하니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기내에서 튀김우동을 주문해 먹었습니다. 작은 컵라면 크기가 5천원이니 참고하세요. 여행에 관해 자의적인 추측은 금물, 모르면 여행사에든 항공사에든 물어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돌아가는 비행기 기내식 추가 주문은 호주에서 했습니다. 아이 건 핸드폰에 연결된 결제수단이 없어서 못하고 제 이름으로 하나만 주문해서 아이를 먹이고 저는 또 라면을 사먹었습니다. ㅎㅎ

기내 편의시설 및 물품

티웨이에는 운항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 외에는 다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담요, 슬리퍼, 영화 등을 볼 수 있는 화면, 음료수 제공 등 아무 것도 없습니다. 무료제공 되는 것은 물과 기내식 한 번이니 필요한 물품은 따로 챙겨오세요. 핸드폰 충전은 가능하며, 충전줄도 본인 것을 가져와야 합니다.

도착

도착해서 짐 찾으러 갈 때 굳이 키오스크에 줄 서실 필요 없습니다. 나가는 길에 잠깐 화장실에 다녀왔더니 다른 비행기에서 우르르 내린 승객들이 키오스크에 어마어마하게 줄을 서서 우리도 서야 하나 보다 하고 한참 줄을 서긴 했는데, 결국 굳이 설 필요도 없었고 미성년자를 동반한 사람은 어차피 거기서 되지도 않더라고요. 그냥 앞으로 걸어가서 줄 서시면 됩니다. 

여행

드디어 짐을 찾아 김상완 가이드님을 만났습니다. 날씨와 동선을 감안해 전체 일정을 융통성 있게 조절해서 진행하시겠다고 했고, 모든 일정을 그렇게 잘 조율해 주셨습니다. 처음 사흘 동안 비가 오락가락해서 만만치 않은 일정이었는데, 워낙에 베테랑이셔서 문제 없이 잘 진행하신 것 같습니다.  

맨 처음 갔던 라파로스에서는 동글동글 신기한 모양으로 침식된 바위 해변에 내려가볼 수 있었고, 본다니비치에서는 너무나 고운 모래 해변에 가서 바닷물에 발을 담가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바다를 좋아하는 딸내미가 떠나기를 싫어해서 허겁지겁 버스로 돌아오느라 전력질주를 했네요. 

NSW 미술관은 구관 신관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하루종일 보래도 볼 수 있을 만큼 좋은 작품들이 많아서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보려니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다른 패키지 분들도 미술관을 오래 관람하지 못한 걸 많이들 아쉬워하셨어요. 혹시라도 나중에 자유여행을 갈 수 있으면 꼭 다시 들르고픈 곳이었습니다. 

머레이스 와이너리에서는 5가지 와인을 맛보고 점심식사까지 했습니다. 초딩 이하 아이들은 특별히 스테이크 대신 피자를 챙겨주셨어요. 이게 얼마나 귀한 지 나중에 아실 거예요. 스테이크를 하도 많이 먹어서 다른 메뉴 하나가 무척 귀하거든요. 야외테이블들이 멋진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모래언덕 미끄럼 타기는 경사가 60~70도에 달해서 무서워 보이지만 막상 타보면 위험하지도 않고 재미있어요. 저희 아이는 겁이 많아서 낮은 곳에서 한 번만 타고 나머지 시간은 모래놀이를 했지만, 저는 재미있어서 몇 번을 더 높은 곳에 올라가 탔네요. 많이 타고 싶었지만 올라가는 게 힘들어서 쉽지는 않습니다. ㅎㅎ 저희 아이가 그곳 모래가 지금까지 모래놀이 했던 곳 중 가장 좋았대요. 며칠 동안 비도 내렸고 그때도 비가 오락가락했던 터라 습기가 있어서 더 잘 만들어졌나 봐요. ^^

돌핀크루즈는 운이 나쁘면 돌고래를 많이 보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저희는 운이 좋았나 봐요. 여러 번 돌고래들이 와주었어요. 다만 돌고래를 잘 보시려면 배 앞쪽 1층에 계셔야 해요. 저희는 2층에 있었더니 멀리서 오는 돌고래들은 잘 보였지만, 배 가까이로 다가오는 돌고래들은 1층 사람들에 가려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어요. 

동물원은 역시 코알라와 캥거루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죠. 저희가 지나갈 때는 마침 코알라가 유칼립투스를 맛있게 먹고 있어서 영상으로 담을 수 있었답니다. 

블루마운틴은 산림욕을 제대로 할 수 있고, 케이블카와 경사 급한 기차를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가 탁 트인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에요. 날씨가 좋을 때 가서 더더욱 좋았습니다. 

저희는 원래 첫날로 예정된 선택관광을 5일차에 했어요. 첫날에는 비가 왔거든요. 가이드님이 일정에 써있는 건 2시간이지만 3시간~3시간 반쯤 걸린다고 하시더니 정말 그만큼 걸렸어요. 그날 걸은 걸음수가 1만 7천 보가 넘었더라고요. 하버브릿지를 길게 걷고, 오페라하우스 앞 카페에서 음료수도 마시고 알찬 관광을 했습니다. 밤에 찍은 사진이라 뚜렷하게는 안 나왔지만 가이드님이 사진도 많이 찍어주셨어요. 

시드니타워는 서울타워처럼 시드니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었어요. 바다와 어우러진 도시의 전경이 근사합니다.

숙소

원래 예정되었던 홀리데이인 파라마타가 아니라 머큐어 시드니 블랙타운으로 변경되었는데요, 객실은 비슷한 것 같았지만 홀리데이인 파라마타의 후기를 미리 찾아봤을 때 조식이 훌륭했던 것으로 보았는데, 머큐어는 정말 꽝이었어요. 어지간한 건 다 잘 먹는 편인데도, 6일 내내 변함이 없는 얼마 안 되는 메뉴. 거기다 저희 딸이 그나마 첫날 맛있게 먹었던 팬케이크 기계가 둘째날부터 고장이 났는데 끝까지 고치지를 않았어요. 금, 토요일에는 호텔에서 소음이 많이 들렸고, 금요일에는 사람들이 이따금씩 와와 거리는 소리가, 토요일에는 '직장인 스포츠 클럽'이라고 쓰인 곳에서 음악 소리가 나서 대체 언제까지 저러냐고 했더니 밤 12시나 1시까지 그럴 거라더라고요. 투숙객들이 있는데 어찌 저러냐 했더니, 주말에는 원래 그렇다며 자기네도 어쩔 수 없다네요. 클럽을 운영하려면 방음이 잘 되게 하든지, 아니면 밤 늦게는 하지 못하게 하든지, 정말 황당했어요. 

식사

4일차까지는 한 번은 한식, 한 번은 현지식이라 좋았는데 5, 6일차에는 모두 현지식이라 다들 스테이크에 질려버렸어요. 현지식 중에 한 번은 치킨, 한 번은 생선, 한 번은 뷔페, 한 번은 파스타가 있기는 했지만 어딜 가나 감자튀김을 곁들여 나오는 천편일률적인 메뉴에 반찬이라고는 없고, 급기야 샐러드조차 없을 때도 있어서 푸성귀가 그리웠습니다. 저희는 여행 중 이따금씩 들를 수 있는 마트에서 과일을 사서 비타민과 식이섬유를 보충했습니다. 

쇼핑

신혼여행 때 유럽 패키지를 갔던 게 마지막 여행이고 무려 15년 정도 지나서 처음 가는 패키지 여행이라 그런지 쇼핑 때 가는 장소와 가격에 깜놀했습니다. 유럽 여행 때는 가이드와 계약은 되어 있었겠지만 외부에 개방된 일반 매장들을 다녔는데, 호주에서는 아예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은 한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곳에 가더군요. 양모와 건강식품 가격이 최소 30~40만원이라 깜짝 놀랐고, 좀 갖추어서 사려면 수백 만원이 훌쩍 넘을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너무나 사고 싶지만 각자 사정에 따라 잘 결정하세요. 세 번째 잡화 매장에서는 그나마 좀 저렴한 제품들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저희 가이드님은 쇼핑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으셨어요. 쇼핑 때 가이드가 강요를 하면 여행을 망칠 수도 있는데, 끝까지 편안한 여행이 되게 해주셨어요. 김상완 가이드님, 참 따뜻하고 좋은 분이신 것 같아요. 덕분에 호주 여행에 대한 추억을 늘 즐겁게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